은유 또는 직유

소설의 첫 단락에 "경의를 표하는Deferential 종려나무"라는 표현이 나온다. 종려나무는 물론 '경의'를 표하지 못한다. 이것은 물론 은유적 표현이다.

메타포의 공식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X 는 Z라는 점에서 Y와 같다. X(종려나무)는 Z(아랫사람이 윗사람 시중을 들어 부채질을 하거나 양산을 받친다)라는 점에서 Y(경의를 표하는 것)과 같다.

직유는 드러낸 비유이고 은유는 숨겨진 비유다. 모든 은유는 비유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다르다. 예를 들면:

The ship plows the waves.
'배가 바다를 갈고 있다'라는 문장은 은유다. 이것을 직유로 고치면 이렇다:

The ship goes through the waves like a plow plowing the land.
'배가 밭을 가는 쟁기처럼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고 있다.'

대개 이런 문장의 번역은 plow의 사전 정의 중 하나를 적용해 '배가 바다를 가르며 나아간다"고 한다. 그러면 은유의 생생함은 사라지고 심지어는 직유마저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직유로 나타내더라도 은유가 함축할 수 있는 다양한 의미가 축소된다. 그뿐 아니라 은유는 직유에 비해 간결하다.

한국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국 소설에는 은유적 표현이 상당히 빈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문학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 때문인 듯하다.) 번역에서는 은유가 직유로 표현되는 일이 많다. 많은 은유적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텐데, 그때문에 그런 것들을 직유로 번역하거나, 더 나아가 평이하게 풀어 옮기면 그 작품은 그만큼 빈곤해진다.

그래서 '경의를 표하는 듯하는'이나 어떤 다른 번역이 아니라 '경의를 표하는'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항상 갈등한다. 독자를 의식해 은유를 은유로 번역할지 말지를 놓고 . . .

고스 호텔, 에덴로크 호텔

앞에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앙티브를 사진과 함께 올렸지만 조금 더 그 분위기에 대한 설명을 보충해본다.

프렌치 리비에라의 쾌적한 해안, 마르세유와 이탈리아 국경 중간쯤에 분홍장밋및의 크고 당당한 호텔이 있다. 경의를 표하는 종려나무 가지들이 햇빛에 달아오른 건물 전면을 식혀주고, 그 앞으로 짧고 눈부신 모래사장이 펼쳐 있다. 

분홍장밋빛rose-colored, 햇빛에 달아오른flushed, 눈부신dazzling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소설 속의 풍광을 특징짓는다. 그만큼 뜨거운 햇빛이 해변에 작렬하고 있다. "rose"는 곧 등장할 Rosemary를 예고해주기도 한다.

분홍장미

캅에덴로크 호텔 (고스 호텔)

피츠제럴드가 거주하던 빌라.

소설의 고스 호텔은 캅에덴로크와 이 빌라를 결합한 것으로 생각된다.

소설의 배경은 1920년대고 이 사진들은 최근 것들이다.

에덴로크에서 내다보이는 지중해.

니콜 다이버, 젤다 피츠제럴드, 사라 머피

니콜 다이버 - 아버지 데브로 워런과의 근친상간으로 인한 충격으로 스위스 취리히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다 딕 다이버를 만난다. 친구인 프란츠 그레고로비우스 박사를 방문했을 때이다.

그뒤 군에 입대하여 프랑스로 간 딕과 편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녀의 병이 치유된다. 그리고 취리히로 돌아온 딕과 결혼해 두 아이를 낳지만 아이를 낳을 때마다 정신병이 재발한다. 그래도 처음 몇 년은 행복하게 산다. 

그러나 딕이 니콜의 돈에 기대기 시작하고 술에 빠져들고 다른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면서 부부 관계는 점점 악화된다. 니콜은 결국 토미 바르방과 사랑을 하게 되고 딕과 이혼한 뒤 토미와 결혼한다. 

피츠제럴드는 그의 아내 젤다Zelda가 니콜의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여기에 사라 머피Sara Murphy가 중첩되어 있다. 백만장자 머피 부부는 실제로 프렌치 리비에라에서 화가나 문인들을 가까이하고 그들을 환대했다. 

젤다 피츠제럴드 (1900 – 1948)

 Gerald Murphy (1888 – 1964)  와 Sara Murphy (1883 – 1975)

영화화되는 밤은 부드러워

밤은 부드러워가 영화화된다고 한 게 벌써 3년이 지났다. 소설의 주인공인 딕과 니콜 역으로 Matt Damon과 Keira Knightly를 섭외 중이라고 했는데 그후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영화 대본도 이미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때가 2010년이었는데, 어쩌면 위대한 개츠비가 실패해서 제작을 미루는 것일까?  검색해보면 2014년 1월 현재 "in development"라고 나온다.

딕 다이버 역으로는 Matt Damon보다 Michael Fassbender가 딱이다. 니콜 역으로 Keira Knightly는 괜찮을 거 같기도 하다.

Michael Fassbender

Keira Knightly

프렌치 리비에라, 고스 에트랑제 호텔

밤은 부드러워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프렌치 리비에라의 쾌적한 해안, 마르세유와 이탈리아 국경 중간쯤에 분홍장밋빛의 크고 당당한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은 작중에서는 고스 에트랑제 호텔로서 캅에덴로크를 모델로 했습니다. 모델로 했을 뿐이지 모든 면에서 일치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특징적인 요소들만 소설에 활용했다는 것이죠.

Hôtel du Cap-Eden-Roc

로즈메리 호이트

전체 3부 중에서 1부 대부분은 18세의 여배우인 로즈메리의 관점에서 다이버 부부가 이상적으로 그려진다. 로즈메리는 딕과 사랑에 빠져 결국 육체 관계를 맺는다. 로즈메리는 피츠제럴드와 실제로 잠깐 염문을 뿌렸던 여배우 로이스 모란이 반영된 인물이다.

Lois Moran

작중 주요 사건 연표

다이버 박사를 중심으로 한 작중 사건의 연표입니다. 2권에 있는 옮긴이 해설에서 시간 문제를 언급했습니다만, 이렇게 정리된 연표가 쓸모 있을 것 같습니다.

1889년 4월 딕(리처드) 다이버 출생.

1896 베이비 워런 출생.

1900 니콜 워런 출생.

1907년 7월 로즈메리 호이트 출생.

1907년 가을 다이버, 예일 대학교 입학.

1911년 봄 다이버, 예일 대학교 졸업.

1911년 가을 다이버, 존스 홉킨스 의과 대학원 입학.

1914-1915 다이버, 로즈 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교 유학.

1915-1916 다이버, 의과 대학원 졸업.

1916-1917 초 다이버, 비엔나에서 논문을 쓰며 그곳 대학교에서 수학.

1917년 초 니콜 워런, 근친상간 사건 이후 정신병 증세를 보임.

1917년 봄 다이버, 취리히에서 수학.

1917년 말 니콜 워런, 취리히의 돔러 정신병원에 입원.

1918년 다이버, 취리히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미군에 입대.

다이버, 돔러 정신병원에서 니콜 워런을 처음으로 만난다.

1919년 봄 다이버, 제대하고 취리히로 돌아간다.

1919년 4월 다이버, 돔러 정신병원에서 니콜을 두 번째 본다.

1919년 5월 다이버, 취리히의 음식점에서 니콜과 점심을 먹는다.

1919년 6월 다이버, 취리히에 다시 자리잡는다.

1919년 7월 다이버, 취리히에서 몽트뢰까지 자전거 여행을 한다. 그리고 푸니쿨라에서 우연히 니콜과 마주친다.

1919년 가을 다이버와 니콜의 결혼과 신혼여행.

1920년 아들 레이니어 출생.

1920-1921년 레이니어 출생 후 니콜의 정신병 재발.

1922년 딸 톱시가 출생하고 니콜의 정신병 재발.

1923년 로즈메리 호이트, 16세에 영화 제작자에게 발탁된다.

1925년 1-6월 로즈메리, 폐렴에 걸려 휴양차 어머니와 유럽을 여행한다.

1925년 6월 로즈메리, 리비에라에서 다이버 부부를 알게 된다.

1925년 7월 로즈메리, 파리에서 18번째 생일을 맞는다. 이때 딕 다이버의 나이는 36세.

1925년 8월 다이버, 파리에서 리비에라로 돌아온다. 니콜의 어머니 엘지 스피어스와 만 나 이야기를 나눈다.

1925년 8월 다이버, 결혼 6년차, 니콜과 소원해진 느낌을 숨기지 못한다.

1925년 12월 프란츠 그레고로비우스가 크슈타트로 휴가를 간 다이버를 찾아가 정신병원 인수 사업제안을 한다.

1927년 여름 대략 이때쯤 아게리 카니발에서 니콜의 병이 재발한다.

1928년 초 다이버, 결혼 8년차, 뮌헨에서 에이브 노스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부친이 사망했다는 전보를 받는다.

1928년 3월 다이버,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오는 길에 로마에 들러 로즈메리를 만난다. 이때 로즈메리는 21살이고 다이버는 39살이다.

1928년 5월 다이버, 로마에서 불미스런 일을 겪고 병원으로 돌아오지만 그레고로비우스 와의 동업관계는 파국에 이르게 된다. 로잔에서 죽어가는 데브로 워런을 만 난다.

1928년 여름 다이버 부부, 독일과 프랑스를 여행하고 리비에라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해 여름이 지나고 언젠가 확실치 않은 시점에 재혼한 메리 노스를 방문한 다.

1929년 4월 다이버 부부, 술에 취한 요리사를 내보낸다. 니콜은 골딩의 요트에서 1925 년 6월 이후 처음으로 토미 바르방을 우연히 만난다.

1929년 6월 니콜, 29살, 바르방과 연인 관계를 맺는다.

1929년 7월 바르방과 다이버, 니콜을 놓고 담판을 짓는다.

1929년 7월말 다이버 부부, 결혼한 지 거의 10년 만에 이혼하고 딕은 리비에라를 떠난다.